[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오마이뉴스 "아이 동반 강의실에서 '나가 달라'는 말을 들었다"

  • 2018-06-21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를 읽고, '집단모성'에 대해 생각하다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유명 강사 강의가 있었다. '아이 동반이 불가하다'는 안내 문구가 없었기에 4살 아이를 데리고 대강당을 찾았다. 평소 TV에서 봤던 유명 강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강의가 시작될 무렵 아이에게 과자를 쥐어줬고 아이는 과자를 먹으며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과자가 떨어지자 아이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저 아저씨 누구야? 지금 무슨 말하는 거야?"

아이 질문에 차근히 대답해 주며 작은 소리로 얘기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애 데리고 나가세요"라고 말했다. 이 말이 도화선이 되어 다른 쪽에 앉아 있던 60대 후반 여성들이 일제히 눈치를 주며 말했다. 아이 때문에 시끄럽다는 것이다.

아이가 이야기한 건 한두 마디였고 60대 아줌마들이 반갑다며 인사 나누는 소리나 옆에 양복 입은 남성이 자기 직원과 나누는 잡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만약 아이가 방해가 될 정도로 시끄러웠다면 내가 먼저 데리고 나갔을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강의에 오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시선이었다.

'아이 동반 가능한 강의'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 가운데 아이가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할 것 같아 일단 자리를 피했다. 시 담당자에게 아이 동반 불가한 강의인지를 확인하니 동반 가능하다며 2층에서 강의를 듣는 건 어떠냐고 했다. 아이 동반이 가능한 자리인데 왜 내가 2층으로 올라가서 강의를 들어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과 분노가 들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시장이 시민의 소리를 직접 듣는 공청회 같은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시청 홈페이지 같은 곳에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 동반 불가가 아닌 경우 아이들에 대한 시민 사회 배려가 필요하며, 탁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더 좋겠다는 것에 시 관계자들은 공감했지만 물리적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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