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자크 비데
배세진
2021-12-10
448
135*210 mm
979-11-90955-20-1 (93100)
27,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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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구조적 정사각형에서 출발해
마르크스와 푸코를 재독해하는 시도
 
푸코와 마르크스. 우리가 두 이름을 연결하는 것은 많은 경우, 이 둘을 대립시키기 위해서다. 노동자 운동의 이론가이자 총체성의 철학자인 마르크스에게, 특이성과 미시-권력의 사상가이자 숨을 헐떡이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격렬한 비판가이기도 한 푸코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현존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로 꼽히는 자크 비데의 신간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메타구조란 무엇인가』는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 읽을 것을 제안한다. 이는 둘 사이의 상보성을 인지하는 것, 둘 사이의 잠재적인 마주침의 지점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즉 마르크스주의가 탐험하지 않고 내버려둔 착취의 어떠한 측면에서 푸코를 추수하는 것, 그리고 마르크스의 것이었던 전체적 관점 내에 푸코의 작업들을 재기입하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지식-권력’에 기대어 있지 않은 ‘소유-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급관계를 떠받치지 않는 규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언하는 것이기도 하다. 통치성 속에서 희미해지지 않는 국가란 존재하지 않으며 ‘조직’ 없는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그렇다.
전작 『마르크스의 생명정치학: 푸코와 함께 마르크스를』(오월의봄, 2020)이 마르크스에서부터 출발해 푸코에게로 도달하는 방식으로 푸코와 마르크스를 결합했다면, 이 책은 푸코에서부터 출발해 마르크스에게로 도달하는 방식으로 푸코와 마르크스를 결합한다. 요컨대 푸코의 사상을 배경으로 삼고 메타-마르크스주의를 실천한 저작과 마르크스의 사상을 배경으로 삼고 푸코의 철학을 연구하는 저작이 짝을 이룬다. 이러한 비데의 작업은 푸코-마르크스주의라는 이름 아래 결국 메타구조론 그 자체를 완성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시도는 비데 사상의 정수를 집약하는 ‘메타구조적 정사각형’에서 출발한다. 
비데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에티엔 발리바르와 마찬가지로 알튀세르의 충실한 이론적 제자이지만, 발리바르가 마르크스주의의 탈구축에 더 방점을 찍는 것과 대조적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유연하게 탈구축하면서도 마르크스주의의 유산에 더욱 고집스럽게 머무르려 한다. 《마르크스와 함께 푸코를》은 비데의 이러한 메타구조론의 관점에서 푸코와 마르크스를 이론적으로 치밀하게 화해시키려는 시도다. 비데는 마르크스를 메타구조적 관점에서 재독해해 메타-마르크스주의를 구축하고, 이 메타-마르크스주의의 공백을 푸코의 철학으로 메운다. 
마르크스와 푸코 사이의 ‘쟁론’은 아카데믹한 질문들의 핑곗거리로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투쟁의 지형 위에서 푸코와 마르크스는 서로 교차한다. 자크 비데가 말하듯, 우리에게는 ‘아래로부터의 공통의 전략을 위해’ 푸코의 진실과 마르크스의 진실 서로가 서로를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과업이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