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조수남
2016-11-28
448
153*220 mm
979-11-85585-30-7 (03400)
18,000 원

 

★ 2016년 우수출판콘텐츠 지원 사업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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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할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별 유전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디스토피아를 가져다 줄 것인가?

과학기술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기대와 걱정이 오늘의 일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불과 18살의 여성 메리 셸리는 생명을 창조하고자 했던 당시의 전기, 화학, 생리학 연구를 기반으로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인간이란 무엇이며, 부제(The Modern Prometheus)와 같이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 인간에게 허용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한 이상적인 사회를 그렸지만, 현실에서는 과학기술을 소유한 이들과 배제된 이들의 삶이 극명하게 갈렸다. 철도와 자동차가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던 19세기 말~20세기 초에도 새로운 교통수단이 가져올 삶의 변화를 환호하는 사람들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세기의 원자폭탄 역시 이러한 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젊은 과학사학자 조수남 박사는 역사적으로 과학기술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발전했다기보다는, 사회의 각 주체들과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욕망과 상상을 자극했고, 그들의 욕망과 상상이 과학기술의 새로운 진전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해 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오늘의 과학기술과 도래할 미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과학, 욕망과 사회적 논쟁이 얽힌 역사적 산물

근대에 들어 이성에 대한 자신감에 충만한 인간은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처음에 그것은 인간을 닮은 기계, 즉 자동인형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곧이어 죽은 인간의 시체에 생명을 불어 넣어 다시 인간을 재창조하려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도들은 오늘날에도 장기 이식이나 인공지능 기술 등을 매개로 여전히 논쟁이 되고 있고, 최근까지도 다양한 소설,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17세기 로버트 보일과 토머스 홉스의 공기 펌프 논쟁 역시 과학기술의 실험적 방법론이 근대 사회의 정치적, 종교적 논쟁을 둘러싼 개별 주체들의 욕망과 갈등 속에서 발전한 역사적인 산물임을 보여준다. 보일은 로버트 훅과 함께 공기 펌프를 제작하고 실험하며, 실험을 통해 자연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실험철학을 정립하였다. 반면 홉스는 자연에 관한 지식은 불완전한 기구로 실험한 결과가 아니라 사변적 추론을 통한 자연철학의 제1원리로부터 연역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일이 진공의 존재를 주장했을 때 이는 사회적 진공까지도 함축하는 것으로 여겨졌기에, 『리바이어던』에서 강력한 정치권력을 주장했던 홉스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국에서 자동차와 도로가 발전하는 과정에는 사회적 불평등과 인종적 차별의 의도가 스며들어 있기도 했다. 뉴욕의 도시계획가 로버트 모제스는 흑인이나 하층민들이 타던 버스를 배제하고 자동차만을 고려한 도로를 계획하였다. 가령 백인들의 휴양지였던 롱아일랜드 존스 비치로 향하는 고속도로에는 높이가 낮은 200개의 고가도로가 만들어져 버스의 통행을 가로막았다고 한다.

 

상상이 만든 과학, 과학이 만든 상상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도 인간은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에 대한 수많은 상상을 해왔다.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상상은 그저 상상에 그쳤던 것이 아니다. 상상은 새로운 과학 연구를 자극하였고 새로운 과학은 또 다른 상상을 부추겼다. 달을 상상한 2세기 루키아누스나 17세기 고드윈의 소설은 구스망이나 몽골피에 형제의 열기구로 이어졌고, 에드가 앨런 포나 쥘 베른의 상상은 20세기 우주선 개발과 달 탐험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와 아서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영감을 받은 과학자들이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정기적인 달 여행을 위한 민간 우주선과 우주 엘리베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과감한 상상이 다시금 과학의 발전과 새로운 세상을 가능하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경험하지 못한 우주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에도 상상이 필요했다. 우주론과 천문학이 발전하며 우주에 대한 생각은 꾸준히 바뀌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은 늘 새로운 상상과 연구를 자극했다. 단테의 『신곡』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을 중세 기독교 사회의 신학적 상상과 결합하여 명확한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했고, 케플러와 갈릴레오를 거치며 무한 우주에 대한 상상이 나타났으며, 파슨스의 소용돌이 은하 관측 이후 고흐는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현대에 들어 우주와 관련된 복잡한 개념이나 수식이 발전하면서 우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하지만 최근의 SF 영화에서 경험하지 못한 우주를 시각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작업이 되었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인터스텔라」와 같은 영화는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과학으로 읽는 세상, 세상으로 읽는 과학

과학기술은 상아탑 아래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주제들은 사회의 각 부문에서 활발하게 다루어졌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 그것은 때로 커피하우스나 연극 공연장, 혹은 대중 강연장 등에서 논의되었고, 소설이나 연극, 영화, 발레, 오페라, 회화, 풍자화, 사진, 음악을 통해 새롭게 창조되기도 했다. 최근 촛불 집회 참여자 수를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나섰다는 신문 기사를 보며 이 진술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예술 작품과 대중문화가 등장한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나 올리버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와 같은 소설, 끌로드 모네의 그림, 영화 「아바타」나 「인터스텔라」와 같이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작품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연극, 뮤지컬, 사진, 음악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고, 동시에 이들 작품을 통해 딱딱할 것 같은 과학적 이슈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책에 실린 많은 이미지들이 또 다른 흥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