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기술의 경주
클라우디아 골딘, 로렌스 F. 카츠
김승진
2025-01-20
664
152*223 mm
9791193166857
33,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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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국의 불평등에 관한 가장 중요한 책.”

_타일러 코웬, 조지 메이슨 대학교

 

《교육과 기술의 경주》는 소득 분배의 변화와 그 원인, 그리고 불평등 심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정책 처방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책은 최고의 실증경제학이다.”

_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 대학교 총장

 

 

교육과 기술의 경주는

어떻게 불평등을 변화시키는가

 

많은 이들이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불평등을 꼽는다. 관점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할 수는 있으나,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30~40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과 하버드 대학교의 로렌스 카츠는 노동자의 숙련을 중시하는(숙련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 기술 보유자(고학력자)들의 소득 비중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히려 숙련 기술 보유자의 공급, 즉 교육 측면이 약화되었던 것이 미국의 불평등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평등의 장기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 RBET’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한다. 이 책의 세 가지 키워드인 기술 변화, 교육, 불평등은 일종의 ‘경주’에서 서로 복잡하게 관련을 맺어왔다. 20세기의 첫 세 분기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으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공급 증가가 기술변화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수요 증가를 능가했다. 그리고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동시에 불평등은 감소했다.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20여 년 동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고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했다. 요컨대, 20세기의 앞부분에서는 경주에서 교육이 기술을 앞질렀고 뒷부분에서는 기술이 교육의 진전을 앞질렀다. 테크놀로지가 숙련 편향적이었다는 점은 20세기 내내 마찬가지였으며 테크놀로지 변화의 속도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불평등의 급격한 증가는 [테크놀로지 요인의 결과라기보다] 대체로 교육 성장의 둔화 때문이었다.

 

 

미국 교육사 100년을 담은 데이터를 통해 포착한

교육 확대와 기술혁신, 격차의 인과관계

 

1부 ‘경제성장과 분배’에서는 미국에서 교육 확대와 기술혁신, 격차 확대라는 세 가지 현상이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어떤 추이를 보였는지를 개관한다. 먼저 20세기 미국의 경제성장의 배경에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출생 코호트당 교육연수는 1950년대까지 순조롭게 늘어나 1960년대에 약간 정체하지만 그 후 다시 한번 완만하게 상승한다. 경제적으로 호조였을 뿐만 아니라 격차도 작았다. 미국에서의 경제 격차는 1970년대까지 축소 경향을 보였으나 1980년대부터 확대가 시작되는데, 격차 확대를 부른 하나의 요인으로 기술혁신 자체의 질이 숙련편향적인 것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란 숙련 수준이 더 높은 노동자(가령 대졸 노동자)와 더 낮은 노동자(가령 비대졸 노동자)의 상대적 임금이 고정되어 있을 때 신기술 도입, 생산 방식 변화, 노동 조직 방식 변화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학력, 고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것이 학력 간 임금 격차를 불러일으킨다고 추정되었으나 증가하는 수요에 공급이 맞아떨어지면 격차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격차 확대의 요인은 고숙련 노동력의 공급 부족, 즉 교육 확대의 속도 둔화다.

이어지는 2부 ‘교육 대중화를 향한 세 번의 대전환’에서는 정부 통계와 저자들이 독자적으로 모은 아이오와주 데이터를 포함한 주 통계를 사용해 미국에서의 교육 확대의 진전을 분석한다. 유럽과 비교해 미국에서 빠르게 교육 확대가 시작된 까닭은 미국 교육 제도를 지탱하는 여섯 가지 미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미덕이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보통학교의 성립)’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수많은 학교지구(탈중심화, 학교지구 간 경쟁)’ ‘무상교육’ ‘비종파적인 공교육’ ‘성별에 상관없는 공교육(젠더 중립성)’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시스템(교육의 대중화)’이며, 모두 미국 특유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 소수의 뛰어난 아이들만 상급 교육기관으로 갈 수 있었던 유럽과는 달리, 미국에서 학교 기반의 정규 교육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생애에 걸쳐 직업을 바꿀 수 있게 해주었고 이를 위해 필요한 숙련기술을 갖추고 기술변화에도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해주었다.

3부 ‘경주’에서는 교육 확대로 인한 노동력 공급과 기술혁신으로 인한 수요, 양자의 속도 경쟁으로 격차의 확대‧축소가 일어남을 지적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는 1915년부터 1970년대까지 축소되었으나 1980년대 이후 확대되었다. 1915년부터 2005년 사이 대졸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속도로 증가했다. 1915년부터 1980년 사이 대졸 노동력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학의 임금 프리미엄을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했으나 1980년대 이후 대졸 노동력의 공급 증가가 크게 둔화되면서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 증가했다. 즉, 1980년대 이후 확대하는 대졸 노동력에 대한 수요에 공급이 쫓아가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교육 확대 둔화로 인한 고학력 노동력의 공급 부족이야말로 격차 확대의 원인임을 두 저자는 100년에 걸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도출해낸다.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교육은 불평등의 늪에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과 같이 교육 발전과 기술진보를 경주로 비유하면, 20세기의 초중반까지는 교육 발전이 기술진보에 앞서 있었지만 20세기 마지막 30년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이 기술진보에 뒤처졌다. 자녀의 학력이 부모의 학력을 훨씬 뛰어넘었던 세대 간 학력 상승의 추세가 멈추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이었던 ‘자녀가 부모보다 잘살게 된다’는 전제가 흔들리게 되었다. 즉, 20세기 전반에는 교육의 진전이 충분했기 때문에 수준 높은 인재를 공급하는 속도가 충분해 기술진보에 앞설 수 있었지만, 후반은 교육이 발전하는 속도가 늦어지면서 기술진보를 따라가지 못해 임금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왜 교육은 경주에서 뒤처졌을까. 두 저자는 한때 모든 수준에서 교육의 확대를 가져왔던 ‘미덕’들이 현대 미국 교육의 걸림돌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먼저 탈중심화된 재정 시스템이 오히려 불평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에서는 거주지역이 구분되는 경향이 강한데, 재정이 독립적이라는 의미는 어떤 학교지구는 더 부유하고 어떤 학교지구는 더 가난하다는 사실과 떼어놓을 수 없었다. 지역별로 교육의 질에 격차가 생기게 되었고, 특히 저소득 지역의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학구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에게 큰 문제가 되었다. 또한 개방적이며 관용적인 제도는 불리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지만, 엄격한 기준의 부재로 인해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말았다.

다시 한번 교육 성과를 높이고 대졸 노동자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두 저자의 정책 제언도 주목할 만하다. 골딘과 카츠는 불리한 배경의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취학 전 교육을 확대하고, K-12(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단계 교육의 질을 높여 더 많은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만한 학업적 준비가 될 수 있게 해야 하며, 대학에 갈 학업적 준비가 된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학금을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번영을 위한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인류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지금, 고등학교 졸업장,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필수 불가결한 사람이 되었던 건 옛날옛적 이야기다. 내가 가진 숙련기술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과 기술의 경주》는 최근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급속한 기술 발전이 노동의 성격과 일자리 수요를 어떻게 바꿀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은 무엇일지 모색하는 데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역시 불평등과 계층 간 격차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기술혁신과 교육 접근성의 변화를 통해 격차 확대를 설명하는 《교육과 기술의 경주》의 시점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진 경제 불평등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의미하며, 단순히 미국사 연구라는 틀을 넘어 미국을 성장 모델로 삼았던 한국 사회에서의 격차나 교육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