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중국 기업은 어딜까? 엔비디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화웨이다.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는 미·중 무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기술 자립을 이루어 스마트폰을 자체 개발하고 AI 딥시크에 칩을 공급하는 등 미국의 제재를 보란 듯 뛰어넘고 있다. 삼성이 세계 1위로 입지를 다진 폴더블폰 분야에서도 2위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 뭐든지 다 잘하는 그들을 주목할 시간이다.
《화웨이 쇼크》는 늘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던 비밀스런 테크 제국 화웨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창업자 런정페이의 생애와 발전사, 최신 동향이 시간순으로 서술돼 있고 주요 에피소드를 화웨이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꼼꼼히 묘사하여 이 한 권으로 화웨이라는 기업을 깊이 알 수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될 것이다.
화웨이는 일찍이 중동, 아프리카, 유럽으로 진출해 구축한 통신 장비 세계 1위라는 토대 위에서 자체 개발 스마트폰 ‘메이트’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압도적 내수 소비로 미국의 제재를 극복했다. 2024년 매출 역대 2위를 기록한 화웨이의 행보는 놀라웠다. 매출의 20%를 연구개발비에 쏟은 것이다. 이는 순이익의 3배 가까운 액수였다. 백도어와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지배 구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화웨이는 이를 인재 우대와 연구개발 집중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테크 전문 기자의 밀착 취재로 완성된 이 책은 5년 만에 나온 화웨이 관련 도서이자 현재 가장 첨예한 이슈인 화웨이를 완벽하게 해부한 첫 책이 될 것이다.
★★★★★★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을 넘어 AI 딥시크의 반도체까지
세계를 뒤흔든 은밀한 테크 제국 화웨이의 모든 것
엔비디아는 지난 2월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2년 연속 화웨이를 경쟁자로 지목했다. 5개 부문 중 4개 부문에서였다. 통신 장비 세계 1위를 걸머쥐고 이제 첨단 AI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를 위협하고 있는 화웨이는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과도 같다. 미국 정부가 각종 제재를 통해 화웨이를 고사시키려 했지만 반도체와 5G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폴더블폰 분야에서도 세계 1위인 삼성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는 이제 우리가 제대로 알아야 할 기업이다.
중국 기업, 비상장회사, 종업원지주제도라는 특성상 화웨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화웨이 쇼크》에는 창업자 런정페이의 생애부터 창업 과정과 발전사, 최신 동향이 모두 담겨 미스터리한 테크 제국 화웨이를 알고자 하는 갈증을 풀어준다. 창업자 런정페이는 군 엔지니어 출신으로 홍콩과 인접한 선전 경제특구에서 전화교환기 벤처인 화웨이를 설립했다. 화웨이는 공산당의 지원과 직원들의 헌신, 공격적인 중동, 아프리카, 유럽 진출로 미국의 제재와 중동 분쟁 속에서도 성과를 일궈냈다. 통신 장비뿐 아니라 매니지드 서비스, 실시간 감시 시스템을 판매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고 5G에서 글로벌 1위가 되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발 빠르게 칩 부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설립하여 스마트폰과 AI 칩에 도전하였으며 딥시크를 구동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화웨이의 전말은 〈워싱턴 포스트〉 테크 전문 기자인 에바 더우의 심층 취재로 완성되었다. 저자는 화웨이의 내부 자료를 입수하고 수많은 관계자를 인터뷰하여 이 비밀스런 테크 제국을 파헤쳤다. 화웨이를 둘러싼 주요 인물과 화웨이의 지배 구조, 사건 연표 등 정보를 모자람 없이 실어 화웨이, 나아가 중국 기업과 공산당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될 것이다.
“화웨이는 재앙이다” 때리는 트럼프, 더욱 단단해지는 화웨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화웨이를 ‘재앙’으로 규정하고 중국발 안보 위협을 제기한 바 있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과 외교 갈등, 기술 냉전을 고착화했다. 미국의 전면적인 반도체 수출 제재로 화웨이는 위기를 면치 못했지만 이내 기술 자립에 도전해 성과를 냈고 반등에 성공했다. 자체 개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 60’의 중국 내 판매가 호조를 보여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음 시리즈인 ‘메이트 70’까지 히트시킨 화웨이는 2024년 8,621억 위안(174조 원)으로 전년 대비 22.4%의 매출 성장을 이루었다. 이는 202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며 스마트폰 사업은 매출이 38%나 증가했다. 클라우드 부문 또한 8.5% 성장했으며, 연구개발 투자도 9.1% 증가한 1,797억 위안(36조 원)이었다.
화웨이는 글로벌 1위 점유율(31%)을 사수하고 있는 통신 장비 부문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도전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이는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났고 미국과 중국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요인 중 하나였다.
미국의 갈등과 제재 그리고 활로 모색은 책에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화웨이 미국 법인 대표 찰스 딩의 미 하원 청문회와,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자 현 순환회장인 멍완저우의 캐나다 구금 사건이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미국 하원 정보청문회의 집요한 추궁에도 백도어(정상적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컴퓨터와 암호 시스템 등에 접근하는 것),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멍완저우는 미국의 개입으로 캐나다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쇼핑과 외출을 자유로이 하며 구금 기간을 보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이에 맞서 캐나다인 둘을 억류하고 고문함으로써 소위 ‘인질 외교’가 벌어졌다. 멍완저우의 구금으로 화웨이에 대한 애국 소비가 증가하고, 가족이 기업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라는 런정페이의 말과는 달리 멍완저우가 순환회장에 오르는 일화가 《화웨이 쇼크》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미국과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 중 하나는 미국이 어떻게 화웨이의 백도어를 확신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미국이 도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술 인재를 향한 집착
답은 결국 R&D다
화웨이는 2024년 연구개발비에 매출의 20%인 36조 원을 쏟아부었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28%나 감소했음에도(13조 원) 연구개발비는 9.1%를 증액한 것이다. 화웨이가 얼마나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는지는 책에서도 상세히 서술된다. 창업 초기 ‘매트리스 문화’를 만들며 밤낮없이 일하다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이던 R&D팀과 그를 격려하던 런정페이 회장의 이야기, R&D 센터인 둥관 옥스혼 캠퍼스의 장대한 전경 등은 한국 하이테크 산업이 갈 길을 안내하는 듯하다. 작은 전화교환기 회사에서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설립해 중국의 기술 자립의 토대를 마련한 화웨이의 족적을 허투루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화웨이 쇼크》는 화웨이의 공과도 가감 없이 담아냄으로써 한 기업을 총제적으로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로 기능한다. 경쟁사 제품 베끼기, 과도한 접대와 개인 생활을 앗아가는 근무 환경은 중국 내 수많은 경쟁사를 도태시켰으며 직원들의 불행과도 직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화웨이는 중국의 근무시간 단축 기조와 함께 자정에 나섰으며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항상 최선 다해왔다. 이는 이민자와 대학을 압박해 인재 유출을 유발하는 트럼프와 대비되어 한국에게 큰 교훈을 준다.
화웨이는 홍콩에 AI를 담당하는 ‘노아의 방주 연구소’를 설립하고 파리, 모스크바, 몬트리올에 지사를 늘려 엔지니어뿐 아니라 수학자와 양자물리학자 등 세계 최고의 인재를 영입했다. 화웨이는 기술 플랫폼을 지향하면서도 늘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다. 5G에서 패권을 차지한 뒤 화웨이는 기술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폴라코드의 아버지 에르달 아리칸 교수를 축하 행사에 초빙한다. 화웨이의 인재와 연구개발에 대한 성의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