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
진재운
2026-09-02
324
145*210 mm
979-11-24789-01-8
2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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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한 여인이 흰 말을 타고 니카라과 밀림 속으로 들어간다. 88세의 그녀는 이 밀림에서 나무를 심는다. 그녀가 사들인 숲은 여의도의 7배가 넘는 크기. 이곳에서 100만 그루를 목표로 나무를 심고 있다.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조선의 왕가에서 태어나 과학자의 길을 걸었던 그녀는 이제 숲의 정령으로 살고 있다.

1969년, 단돈 44달러를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녀. “미국에 가면 빨간 양탄자를 깔고 나를 받아 줄 줄 알았지.” 영어는 통하지 않았고, 길에서 신문을 덮고 자기도 했다. 낯선 도시에서 그녀를 먹여 살린 것은 그림. 패브릭 디자이너로 일한 뒤 생물학과 생화학을 공부하고,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세포와 암, 감염병 연구에 참여하며 에이즈 원인을 규명했다.

그러던 1985년 겨울, 눈 내린 맨해튼 이스트할렘에서 붉은 벽돌 폐교를 발견했다. “170만 불. 오케이, 사자. 170불도 없는 주제에.” 연 34퍼센트의 이자를 감수하고 연구소 마련을 위한 건물을 샀지만, 계획은 규제에 막혔다. 교실을 집으로, 지하를 99석 극장으로 바꾸어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와 의상을 꾸미며, 또 다른 삶을 시작했다.

60대 중반, 넉 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암 선고를 받은 뒤 나무 심을 땅을 찾아 나섰다. “받은 걸 갚고 가야죠. 얼마를 받았는지 I don’t know. 조금 이자 붙여 드려야 될 거 아니에요.”

이름 대신 숲을 남기려는 한 사람의 경이로운 생애. 인간이 나무를 구하는가, 나무가 인간을 구하는가. 나무 앞에서 다시 배우는 지식과 관념, 소유와 죽음, 두려움과 자유에 관한 이야기. “나무마다 사투리가 다 다른 것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