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자들
주승현
2018-01-29
200
135*210 mm
979-11-85585-48-2 03300
14,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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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현 박사의 인생 역정을 읽다보면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가 난다!”

(장강명, 소설가)

 

25분 만에 비무장지대를 건너 10년 만에 박사모를 쓴,
그러나 지금도 ‘사선’을 건너고 있는 한 조난자의 비망록

2002년, 저자 주승현은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복무하다 휴전선을 넘어 한국에 왔다. 휴전선을 건너는 데에는 불과 25분이 걸렸지만, 그날 착종된 트라우마는 10년 넘게 저자를 괴롭혔다. 그는 지금도 비무장지대의 한가운데에서 지뢰를 밟고 서 있는 고약한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사선 너머의 사선’을 건너고 있다. 탈북민을 향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 배제와 싸우며 저자는 통일학 박사가 되어 통일 문제를 연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25분 만에 비무장지대를 건너 10년 만에 통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주승현 박사의 자전적 에세이이면서도 우리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을 보여주는 슬픔의 책이다. 탈북민인 그는 스스로를 ‘조난자’로 부른다. 조난자는 항해 중에 재난을 만난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에게 탈북민은 한반도의 분단 역사라는 재앙을 맞아 난파된 자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3만 명의 탈북민들과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한반도의 조난자들’을 호명해낸다.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람들

2017년 11월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총격을 맞고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쓰러진 그는 유엔군 헬기로 긴급 후송되었다. 그의 탈출 영상뿐 아니라 치료 경과와 내장 상태까지 전국으로 중계되어 많은 논란을 빚었다. 그날 이후, 저자는 많은 언론사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그도 십여 년 전 인근의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으며 비슷한 경로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언론이 진실을 원한다기보다는 그저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불온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체득한 의심이었고 불안이었다.

저자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듯이 남북한이 서로를 향해 고성능 확성기로 심리전 방송을 내보내며 격돌하던 90년대 후반부터, 갑자기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2000년대 초반까지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다. 그는 도라산역이 착공되고 완공되는 과정을 북측 지역에서 지켜보았다. 장교가 되기 위해 군관학교를 준비하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군관학교 입학이 보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자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봉쇄해야 할 남측의 심리전 방송이 도리어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목숨을 걸고 탈북을 결행하였다.

 

대북 확성기에서 말해주지 않던 또 다른 한국사회의 모습

하나원에서 탈북민 정착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한국사회에 나온 직후, 저자는 자신의 운명이 다시 사선 앞에 놓여 있음을 직감했다.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는 또 다른 한국사회의 모습은 충분히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겹게 일식당에 취직했지만 남들보다 궂은일을 도맡아 더 많이 일해도 월급은 더 적게 받았다. 하나원에서 “한국은 북한과 달라서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라고 배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노력과 대가는 비례한다’는 상식조차 탈북민에게는 예외였다.

일식집에서 첫 월급을 받던 날, 저자는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하였고 월급의 절반을 투자해 입시학원에 등록하였다. 대학 생활도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저자는 한 번의 휴학도 없이 대학을 졸업하였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여러 기업과 국회 등에서 일하면서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마침내 통일학 박사가 된다. 대학에 입학한 지 정확히 10년 만의 일이었다.

통일부는 2017년 10월까지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3만 1,093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다시 한국을 떠난다(탈남). 일각에서는 대략 5,000명의 탈북민이 탈남했거나 탈남했다가 돌아온 것으로 추정한다. 탈남한 이들 중 일부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재입북). 그들은 왜 한국을 떠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를 풀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는 탈북민들이 겪고 있는 힘겹고 고달픈 삶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감수하기도 하였는데, 장강명 작가는 이 책 『조난자들』을 읽고 다음과 같이 추천사를 썼다.

“북한, 통일, 탈북민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소수자를 소외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면 역시 읽어야 한다. 한국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을 감당하고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일 각오가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_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에서

 

한반도의 조난자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

이 책의 2부는 한반도의 조난자들을 다룬다. 그들은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로, 비단 탈북민만이 아니다.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의 학살을 주도했던 서북청년단부터, 최인훈의 소설『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처럼 자유를 찾아 남과 북을 떠나는, 혹은 떠나지 못한 채 고통받는 자유인들, 북한으로 떠나는 만경봉호에 오른 북송 재일동포들과 정대세를 비롯한 그 후예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중간첩 이수근, 독일 망명자였다가 북한으로 들어간 후 다시 탈북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오길남, 주체사상의 입안자였으나 비운의 망명객으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황장엽, 그리고 오늘날 탈북과 탈남과 재입북을 반복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이들 조난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잠재적인 조난자의 운명을 배면(背面)에 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탈북민 한 사람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분단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구성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