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섹스: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
마리나 애드셰이드
김정희
2013-12-13
360
153*225 mm
978-89-969195-9-9
15,000 원
도서구매 사이트

경제학자의 렌즈로 들여다본 성과 사랑

경제학은 흔히 삭막하고 메마른 과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토머스 맬더스가 인구 증가를 우려하여 영국 여성들이 무릎을 붙이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인간의 가장 본원적인 이슈인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는 경제학의 분석 대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마리나 애드셰이드는 성과 사랑의 문제도 경제학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볼 때에만 명쾌하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식 투자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처럼 오늘밤 낯선 사람과 섹스를 해도 될지 말지 그리고 애인과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경제적 동기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섹스와 연애의 비용편익분석

모든 남녀가 섹스나 연애를 할 때마다 수학적 계산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마치 이들이 일회적이고 위험한 성행위의 비용편익을 미리 계산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섹스의 편익은 누구나 아는 생물학적인 즐거움이지만 비용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말하는 ‘비용’은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거나 경력 관리에 손해를 입음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 또는 외도가 발각되었 을 때 치러야 할 일련의 대가에 해당한다.

이 ‘비용’은 개인과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시대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가령 20세기 들어 피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감염의 확률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혼전섹스의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단지 위험 요소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섹스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면, 왜 같은 시기에 혼외 임신이 더 늘어나게 되었을까?

저자는 그 답을 여성의 대학 진학이 늘어나고, 숙련-미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확대된 것에서 찾는다. 대학 진학률은 늘어나는데 반해 같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얻지 못한 여성들은 임금이 낮고 숙련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일자리밖에 구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숙련-미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이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더라도 그다지 손해볼 것도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지금 정숙하게 살든 그렇지 않든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면 “오늘밤 섹스를 해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 이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왜 여학생이 많은 학교가 더 문란할까?

진화의 결과로 남성은 여성과 달리 다양한 상대와 섹스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저자는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많은 학교가 성적으로 더 문란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힘인 수요와 공급 때문이다. 여학생들은 단기적인 관계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학에 여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 캠퍼스의 연애 시장은 남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다(미국의 경우 1988년부터 대학생 중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짐). 이처럼 캠퍼스 연애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됨에 따라 이 시장에서의 가격은 떨어지게 되는데, 여기에서 ‘가격’이란 여성이 자신을 잘 대해 줄 것임을 확신시켜 달라고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결국 여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통적 데이트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고, 남자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기어렵게 된다.

만약 대학에 진학할 딸의 성생활이 문란해질까봐 걱정하는 부모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늑대같은 남학생들이 더 많은 학교에 보내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이다.

 

네트워크 사회와 동류혼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현대인은 실시간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 소개 사이트뿐만 아니라 SNS가 보편화되면서 연애 시장은 소위 ‘활성화’, 즉 연애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시장에 참여자가 많아지면 구매자이자 판매자인 시장 참여자들은 최선의 상대방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시장이 파할 때쯤이면 가장 비싼 후보들은 역시 가장 비싼 사람과 짝을 맺고 중간 수준의 사람은 역시 같은 수준의 상대와 짝을 맺는 식으로 커플링이 진행되어, 결국 가격이 형편없는 후보들만 싱글로 남게 된다. 이처럼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짝을 맺는 동류혼이 일반화되고, 가난한 여성이 부유한 남성과 결혼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된다.

 

일부일처제라는 미스터리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 일부일처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가난한 남성보다 수백 수천 배 부유하고 권력도 있는 남성들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것일까?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는 우수한 두뇌보다 건강한 신체에 의해 소득이 좌우되었다. 그런데 산업화가 되면서 숙련 기술이 보다 중요해졌고 고학력에 훈련받은 인력이 보다 많은 급여를 받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가정에서의 자녀들에 대한 투자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자녀를 많이 낳되 교육에는 그다지 투자하지 않았는데,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자녀 수를 줄이는 대신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제 아버지들은 자녀의 미래 소득이 자녀의 인적자본과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뛰어난 자질을 지닌 자녀를 가지기 위해 우선 똑똑한 아내를 맞으려고 한다. 결국 경제학적 관점에서볼 때 일부일처제가 지배적 결혼 제도로 유지되는 것은 질적으로 우수한 자녀에 대한 수요 증가가 역시 질적으로 우수한 여성의 시장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며, 그래서 부유한 남성들조차도 한 명 이상의 똑똑한 아내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성의 외도는 자신이 잘나서, 여성의 외도는 남편이 못나서?

불륜은 무엇보다 진화의 결과이다. 남성이 다양한 상대를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도 질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우수한 섹스 파트너를 찾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남성이 바람을 피우려면 상대 여성이 그에게 홀딱 넘어와 불륜을 저지를 만큼 매력이 있어야 하고, 상대 여성 쪽에서는 그 정도 괜찮은 유전자를 가진 남성이면 2세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야 혼외정사가 가능해진다. 결국 여성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남성과 달리 자신에게 섹시한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의 가치가 혼외정사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 남성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륜은 또한 경제학이다. 사람들은 단지 생물학적 이득만이 아니라 경제적 비용을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 바람을 피울지를 결정한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열 명의 남성 가운데 한 명은 남의 자식을 친자식으로 믿고 키우는데, 가난한 남성들의 경우는 이 비율이 열 명 중 세 명이나 되고 최고 부유층의 경우는 2%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가난한 가정의 여성과 부유한 가정의 여성이 불륜의 대가로 치러야할 비용의 차이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노년에는 진화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는다.

노년이 되면 남녀 모두 생식 능력이 감퇴하게 되어 진화의 법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폐경 이후의 여성은 더 이상 아이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전해 줄 남성을 찾을 필요가 없고, 일회용 섹스에 따른 원치 않은 임신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 염려가 없다. 나이 든 남성도 더 이상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요구가 아니라 자신을 기꺼이 돌보아 줄 여성을 찾아야 하는 경제적 동기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황혼의 연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어떤가? 통상 여성의 평균수명이 길기도 해서 이 시장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고 한다. 이를 보면 황혼 데이트 시장에서는 남성이 시장 지배력을 가질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노년 여성의 경우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사귀느니 다른 선택, 즉 독신으로 남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영역을 확장시킨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
이 책은 섹스와 연애에 대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기 위해 전통적인 경제학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설명을 근간으로 하여 최근 행동경제학과 사회학,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 성과와 실험 결과를 종합하고 있다. 또한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개인의 행동과 사회 규범 및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섹스와 연애에 대한 개인의 동기와 선택을 이해하고, 나아가 효과적인 연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