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정운영 선집
정운영
2015-09-14
336
145*225 mm
979-11-85585-16-1 (03300)
15,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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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 만나는 정운영!

마르크스 경제학자, 경제평론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며 좌우를 막론한 최고의 논객이자 당대의 문장가로 호명되었던 정운영을 오늘 다시 만난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펴내는 선집으로, 첫 번째 칼럼집 『광대의 경제학』(1989)에서부터 마지막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2006)까지 모두 아홉 권의 칼럼집에서 저자의 사상을 잘 반영하면서도 여전히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글들을 가려 뽑은 것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포괄하는 르네상스적 비판정신과 곡조 있는 글쓰기의 정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정운영의 시선, 정운영의 미망

1996년 9월, 10년 전 가을에 세상을 떠난 정운영을 지금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0년 출간된 명저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는 「J에게」라는 시로 시작한다. 정운영은 이 시에서 베토벤 교황곡 9번 제4악장의 합창의 가사로 쓰인 쉴러의 시를 재 인용한다.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되고(알레 멘셴 베르덴 브뤼더)”. 정운영의 시선은 늘 그것을 갈망했을 것이다. 단호하고 도도하고 유려했던 그의 언어가 닿고자 한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람의 경제학’이었다. 선집 마지막 글의 제목은 「가을의 미망(迷妄)」이다. 그는 이 글에서 “가을 하혈의 통증”을 서술한다. “악마가 어둠의 날개로 세상을 암흑같이 뒤덮어서”(후이징가) 비관과 우울로 살아가는 인생의 해방과 구원을 앙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미망’에 그치고 말았으며, 어쩌면 우리는 이 선집을 통해 그 미망의 이유를 다시 반추하며, 그가 이루지 못한 열망을 다시 품고, 그의 시선이 향했던 그곳을 향해 다시 분투할 수 있지 않을까.

 

르네상스적 비판정신과 곡조 있는 글쓰기의 정점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시간의 기억’은 1980년 5월 광주에서부터 1789년 프랑스혁명과 파리 꼬뮌에 이르기까지 혁명에 관한 통시적 고찰, 민족 반역자 처단에 실패하고 승전국으로 대우받지 못한 1945년 광복의 이면, 프랑스 68혁명의 실패,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회고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주요 사건의 시대적 의미에 관한 글을 만날 수 있다. 2부 ‘저 낮은 경제학’은 마르크스 경제학자로서의 날카로운 시론이 돋보이는 주요 칼럼이 수록되어 있는데, 경제학의 소명과 관련된 원론에서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과 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에 관한 당시의 논평 등을 만날 수 있다.

3부 ‘세상의 풍경’은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다양한 산문이 실려 있다. 특히 ‘한국의 명문’으로 선정된 「귀향, 화해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하여」와 부인의 도움을 받아 병상에서 구술로 완성한 마지막 칼럼 「영웅본색」을 만날 수 있다. 4부 ‘사람 읽기’는 여러 경제학자와 정치가에 대한 글에서부터 ‘저항의 봄’을 잃어버린 청춘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담겨 있고, 5부 ‘크리티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독가이자 애서가였던 그가 읽었던 책에 관한 여러 비평과 당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복거일과의 자유주의 논쟁 일부를 만날 수 있다.

 

정운영과 신영복

한때 출세를 꿈꾸던 젊은 정운영이 마르크스 경제학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게 된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같은 과 선배 신영복은 10주기 기념 선집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헤아린다.

“이제 그의 글들이 선집으로 묶여서 나오게 된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때로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을 생환하며, 때로는 고고한 철학적 사유의 세계로 비상하며, 때로는 정치경제의 집요한 욕망을 과녁으로 삼아, 그의 시선이 착목했던 곳을 다시 한 번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오늘의 현실 속에서 그를 일찍 떠나보내고 마음 아파했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